요즘 유행병이 아주 독하다.
준이도 몇일 전부터 기침을 시작하더니, 병원 갈 타이밍을 살짝 놓쳤다. 갈 수 있는 기회가 이틀있었는데,
내가 회사에 차를 끌고 다니고, 병원 문닫고 하면서 이틀을 놓쳤다.
그랬더니 준이가 상태가 많이 안좋아졌다.
증상이 3일째 되던 날 밤, 준이가 자다 깨어 엄마를 찾아왔다. 상태가 안좋아보였다.
오한이 있었다. 많이 추워했다. 이불을 덮어주었다.
곧이어 고열이 시작되었다. 40.1까지 올랐다.
해열제를 먹이고, 지켜보았다. 다행히 열이 잡혀서 새벽엔 내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잠들었다.
다음날 준이를 데리고 수액을 맞추러 갔다. (목요일)
회사에서 팀빌딩하는 날이었는데 오전 3시간 하고 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하엘이를 내가 보고, 아내가 준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수액을 맞출 때는 내가 준이를 안아주면서 주사를 잘 맞을 수 있게 용기를 주었다.
준이가 돌아왔고, 나는 팀빌딩을 하러 갔다.
준이가 그 이후로, 밤마다 38.5 도 정도의 온도를 기록했다. 쉽게 낫지 않았다.
오늘 (일요일)까지 먹은 것도 제대로 없고, 기운이 없었다.
아내가 새벽 5시에 병원에 줄을 서서 명단을 적으러 갔다. 별에 별 경험을 다해본다.
9시반 넘어서 나와 준이가 병원에 도착했다.
열 체크를 하고 대기하니 곧 진료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튼튼 5과 선생님께서 사진 찍고, 독감 검사, 피검사 해보라고 하셨다.
다행히, 독감 아니었고, 피검사 특이사항 없었다.
하지만 사진상 폐가 팽창해 있었고, 소장에 가스가 차있었다.
폐렴기가 있고, 장염 증상이 같이 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열이 몇일 가면 합병증이 의심되는 것이라고, 가능하면 입원하라고 하셨다. 고민하다가 입원을 하려고 했는데 1인실이 없었다. 하엘이도 어려서 다인실을 쓰기 어려울 것 같아서 입원은 하지 않았다. 월요일에 증상이 좋지 않으면 입원을 하려고 했다.
사진 찍고, 코쑤시고, 링거 주사를 꽂으러 갔다.
주사를 놓는데.. 피 검사를 위해서 피를 뽑는데.. 피가 나오지 않는다. 준이에게서... 탈수증상인지.. 애가 얼마나 먹은게 없으면 그럴까.. ㅠ 마음이 너무 짠했다. 불쌍했다. 우리 준이.. 기운도 없는 준이
항생제 반응 검사용 주사 맞을 때 준이가 마음의 준비가 없이 맞아서 너무나 놀랐고, 아야!! 아야!! 하고 서럽게 울었다 ㅠ
나도 갑자기 항생제 반응 검사 주사를 놓는다 해서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차라리 말을 해주지
수액을 맞는 준이와 같이 있었다. 같은 반 친구가 있었는데, 별로 친하지 않을 것 같았다.
준이는 그래도 인사를 나누려고 했다. 착한 준이
수액을 맞는 동안 준이는 잠시도 내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물 떠온다고 하니, 혼자 있기 무섭다고, 꼭 같이 가야한다고 한다.
계산하고 온다고 하니, 또 같이 가자고 한다.
씩씩한 준이가 기운이 안좋아지니 겁이 많아졌다.
수액을 맞고 나서 병원에서 나왔다. 준이가 약국에 가는 길에 나에게 말했다. "아빠 준이는 장난감 많으니까 장난감 안살거에요"
그러나 약국에 들어가서 바로 예전에 관심있게 보았던 장난감을 보면서... "아빠 카봇 시계 사주세요" 라고 말하고 말았다.
너무 귀엽기도 짠하기도 해서 하나 사주었다.
준이는 사달라고 하는 말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내 어린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또 짠하네...)
집에 돌아왔다. 카봇 시계가 너무 좋았는지 기운이 나는 준이였다. 사실 엄마를 보고 기운을 낸 것 같았다.
내 텐션은 노잼이라서 와이프를 보고 활기차게 이야기하고 행동했던 것 같다.
와이프가 죽을 끓여 놔서 준이가 그걸 또 많이 먹었다. 아픈 동안 가장 많이 먹은 식사였다. 비록 한 접시도 안됐지만.
식사 후 남해 숙소를 관리하러 갔다. 준이는 활기차게 잘 놀았다.
일교차가 커서 덥고 춥고 반복해서 몸이 안좋아질까봐 걱정이다.
부디 간밤에 별 일 없길...!
하엘이도 기침을 조금 하는 것 같았는데.. 별 일 없길!
사랑하는 아이들이 아픈 것이 가장 걱정이고, 걱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에 따른 고통도 수반된다. 사랑하는 만큼 고통도 크다.
그러나 그 고통은 피하지 않을 것이고.. 아빠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족들을 사랑하는 나날들을 소중히 기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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