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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열무일기

만복 출산기 Ch3 산후 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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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복이 아빠

우리 아내와 나는 만복이를 출산했다.

사실대로 얘기하면 우리 아내가 만복이를 출산했다.

자식을 출산하는 것은 굉장히 경이로운 경험이다.

아내가 너무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내가 아이를 낳는게

내 마음이 훨씬 편할 것 같았다.

그 극한의 고통을 아내에게만 부여해야 하는 것이 너무 슬펐다.

그러나 장모님이 생각하는 '나약한 아내'는 나약하지 않았다.

많이 힘들면 수술을 하자고 권하는 상황에서

정말 이를 악물고 자연분만하는 모습에서 아내의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만복이는 이미 3~4주 정도 앞서 성장한 아이였고

한 주 일찍 출산했는데도 불구하고 몸무게는 3.7kg이었다.

다시 한번 아내의 강인함과 어머니의 위대함에 감동이 느껴진다.

 

만복이와의 첫 만남은 감동적이었다.

나는 만복이의 우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뒤늦게 알게된 사실이지만

만복이는 산소포화도 부족으로 우렁차게 울지는 못했었다.

우리 아내는 만복이 부은 얼굴이 매기같다고 했다.

엄마 뱃속에서 있어서 항상 궁금해하던 나의 첫 아들이

세상에 나와주고 내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꼈고 감격스러웠다.

 

출산 후 2시간 동안 분만실에서 경과를 지켜보았다.

아내는 화장실을 가려고 하다가 너무나 어지러웠고 긴급히 나를 불렀다.

화장실로 가보니 아내의 얼굴은 밀가루처럼 하얗게 변했고

입술마저도 어디가 입술인지 모를정도로 하얗게 변해 얼굴과 경계를 허물었다.

나도 하얗게 질려서 급히 부축하여 다시 침대로 뉘었다.

간호사님을 불렀다. 긴급히 조치하기 위해 준비해 주셨다.

너무나 기운이 빠진 아내 옆에서 내 마음도 슬픔에 빠졌다.

부디 별 탈없이 건강히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간호사님이 소변을 보게 해주시고 소변줄을 연결해 주셨다.

병실 이동을 위해 휠체어를 가져와서 아내를 안고 휠체어에 태웠다.

5층에 508호 병실로 이동하여 침대로 눕혔다.

 

병실은 작았지만 1인실로 테이블도 있고 2-3명이 같이 있기 딱 적당했다.

큰 아기를 출산하느라 아내의 몸은 많이 상했다.

출혈로 인해 빈혈이 너무 심했고 회음부와 항문도 굉장히 많이 손상을 입었다.

침대에서 일어날 때마다 어지러움에 힘들어했고 

앉는 것도 불가능했다.

나는 항상 같이 붙어다니며 부축을 했다.

 

얼른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양제와 철분 주사도 맞추었다.

영양제는 옵션이 있었다. 5만원, 8만원 두 종류였다.

이 상황에서는 더 비싼 것도 맞추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드디어 만복이를 다시 만났다.

신생아 실에서 아이를 깨끗이 닦아주고 싸개로 똘똘 말아서 병실로 데리고 왔다.

아기가 핑크핑크한 싸개에 말려서 왔는데

어린 시절 아내의 얼굴과 똑같았다.

너무나 귀여웠다.

처음 만복이를 품에 안았다.

마음에 강렬한 평화가 찾아온 느낌이었다.

온갖 욕심과 부정적 감정들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장인어른도 얼결에 함께 있다가 만복이를 안아보셨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저녁식사로 미역국이 나왔다.

만복이 생일을 축하하는 미역국이자 긴 몸조리 기간을 시작하는 첫 미역국이었다.

 

그날 밤 아내는 침대에 누웠고 나는 침대 밑에 매트리스를 깔고 누웠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만복이 출산기를 다시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그 험란했던 시간을 추억으로 저장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