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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1_남해맨숀

설비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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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프로젝트 33일차 (21.12.22)

드뎌 설비.. 리얼.. 너란 설비.. 진짜 모시기가 어려웠다.

신축 공사가 많은 요즘 신축 현장에서 설비는 아주 쉽게 작업할 수 있다. 그냥 배관을 잘 이어 놓으면 된다. 그 위에 콘크리트 타설하고 바닥 기초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주택 리모델링은 우선 바닥을 까내야 한다. 하염없이 까낸다. 수도배관을 외부에서 들여와서 하나 이으려고 해도 1미터 이상을 파내고 타공 장비로 겁나게 파야한다. 힘도 많이 든다. 

설비 사장님도 우리집 견적내러 와서 보시더니 500을 부르셨다. 30평대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의 견적이다. 그런데 내가 넘 비싸고 놀란 티를 내자 17평 기준으로 평당 16을 잡으시고 계산기로 두들기니 272.. 인데 더 붙여서 300을 부르셨다. 이유인 즉슨 30평이건 17평이건 인건비는 똑같다는 논리, 자재비는 얼마 차이 안난다고 하시고.. 

그래도 가장 저렴했다. 다른 업체들은 최소 350짜리였다. 가장 고가의 업체는 1800-2000만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랍도록 당당한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해도 너무했다... 진짜 인생 빠이..

설비 사장님 인상이 우리 아버지 같다 ㅎㅎ 설비 사장님들이 대체적으로 우직한 스타일인 것 같다. 궂은 일이라 그런가?

설비 첫날은 집안에 연결된 온갖 배관들을 확인하고 배관의 위치를 잡는 시간을 갖는다..

(어제의 일을 기록 중인데.. 왜이리 오래 된 일 같지.. 하루 하루가 왜케 기냐 ㅠㅠ ㅋㅋㅋ 후하 후하)

 

집 내부에 주방(싱크), 화장실, 욕조, 다용도 실에 물을 쓰는 곳과 물이 빠지는 곳에 대한 브리핑을 전반적으로 한번 더 이야기 드렸다. 여기서 디테일이 싱크 수전의 위치, 화장실 세면대/변기의 위치, 다용도실 세탁기/싱크의 위치에 대해서 정확하게 말씀드려야 한다. 마음만 급하게 설비를 불러서 시공하는데 정작 도면에 정확한 위치를 정하지 않았다.

"이게 모야~"(준이가 요즘 자주 말하는 문장) 진짜 엉터리 같은 준비상태였다. 마음만 급해서 일단 철거 뿌기고 설비 모시고 ㅋㅋㅋ 정작 중요한 정확한 수도 위치, 배수관 위치는 대강 말씀드림.. 

화장실, 욕실의 단열 방식이 확정이 되지 않아서 벽에서 몇 전이나 튀어 나올지도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는 상태의.. 황당한 상태였다. 사장님께서 베테랑이셔서 대충 말씀드려도 위치를 잘 잡아주셨기 때문에 진짜 다행이었다.. 다행이었는지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  ㄷ ㄷ  

 

내부에서 위치 세팅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수관을 찾아서 오수관 뚜껑을 열었다. 안에 열결된 관이 두개가 있었다. 똥배관에 물을 흘려 보내니 한 배관에서 물이 쏟아져 내려왔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배관도 있었다. 우수관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상수도 관을 찾아 헤맸다.

상수도관이 상수도 계량기 근처에 있겠거니 해서 계량기 근처를 겁나게 팠다. 전기 배관이 튀어 나오고.. 잉? 배관이 왜 있지?? 기존에 창고에 있던 배관은 철거할 때 다 들어냈는데..? 배관이 또 주름관이네? 머지..? 지금 다시 묻힌 상태다.

옆집 벽하고 맞닿은 곳에 드뎌 수도관 하나를 발견했다. 심봤다! 사장님께 자랑했다. 배관을 찾았심더.

사장님이 뚝배기를 깨듯 배관을 망치로 탁 깨자 물이 튀어 나왔다. 와 이건 물난리.. 사장님이 "잉? 이 물이 뭐지? 계량기는 잠긴 상태였는데..? 물탱크랑 연결된 관인가?? " 잽싸게 물탱크로 뛰어 올라갔다. 사장님이 물 땡크 관을 바로 컷팅해 버리셨다. "이제 괜찮겠지?" 하고 내려갔는데 물폭탄이었다..

사장님 대혼란 ㅋㅋㅋㅋ 상수도 괜히 연결해 주려다가 큰 일 터진 느낌 ㅋㅋ

사장님이 "옆집 수도관 같다.. 아~ 이게 왜 옆집 수도관이 여기에 묻혀있나!" 아주 난감해 하셨다. 옆집 계량기를 찾아서 잠궈야 한다고 했다. 옆집 앞에 갔는데 계량기가 안보인다. 물이 마당을 흘러 넘쳐 앞 빌라로 침범하고 있는 중이다. 후.. 민원 트라우마 떠오른다..

내가 다급하게 옆집문을 두들겼다.. 대답이 없다. 

왜 이 집엔 초인종도 없냐.. 후..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문을 한참 두들기니까 오 드뎌! 집안에서 문이 열렸다. 20대 후반에 굉장히 호리호리하고 머리가 부스스한 청년이 나왔다. 나는 상황을 설명하며 집안에 계량기가 있냐고 물었다. 청년은 화장실로 안내를 해줬다. 계량기가 화장실 안에 있었다 ㄷ ㄷ ㄷ 왜 그게 거기에.. 

일단 잠궈달라고 요청드렸다. 청년은 얼마나 걸리나요? 바로 출근해야 해서 씻어야 하는데여? 기다려 보라했다.

사장님이 바로 메꾸리(배관 매꿈)를 하셨다. 청년에게 달려가 이제 씻음 된다고 했다. 청년의 전화번호를 따냈다. 긴급 연락하기 위해서 였다. 청년은 순박한 사람인 것 같다. 청년이 이 동네 집들을 한 명의 목수가 다 지었다고 한다. 옆집 뒷집 우리집 이렇게 같은 스타일로 지어 진 것을 재밌어 했다. 이 집에서 20년 넘게 살았다고 한다. 또 정보를 얻었다. 이 시끄러운 집 바로 옆집인데 잠을 잘 자는 거 보니 마음은 놓였다.

사건을 수습하고 다시 상수도관 추적에 나섰다. 이제 수돗가 근처를 노렸다.

상수도관 추적

수돗가 근처에서 땅을 파보니 상수도 급수 배관으로 추정되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사장님이 뚝배기를 깨듯 배관을 망치로 탁 깨자(x2) 또 물이 튀어 나왔다. 상수도 배관을 잠군 상태라서 금방 멈추었다.  사장님은 "이 옛날 배관 쓰면 안되예, 물탱크에 받아쓰면 압력이 세지 않아서 괜찮은데 상수도 직수 연결하면 수압 때매 다 터집니더" 아하.. 전문가의 포스 그리고, 성실 시공 신뢰

마을 하수도 배관 사업할 때 왠만하면 상수도 배관도 같이 새로 교체를 했었는데 왜 이집은 교체를 안했지?? 이해가 안된다며 계속 의구심을 보이셨다.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며 몇번씩 이야기하셨다. 엑셀 배관 자재비 얼마 들지도 않는 것인데 안타까워하셨다. 

왜 연결이 안 돼 있었을까?? 그건 세입자가 계속 살았지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고, 집 주인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지

하여튼 사장님이 상수도 배관도 다시 묻는게 좋겠다고 하셨다. 견적에는 없었던 내용인데, 내가 그래서 땅을 열심히 파서 배관 다 찾고, 배관 묻을 길 만들겠다고 했다. 사장님이 보온재랑 수도(부동전)만 사면 연결해 주신다고 한다.

하염없는 땅파기가 시작됐다.

내 허리..

오전에 땅을 겁나게 파다가... 점심시간이 되어서.. 다정마을 방향 로타리에 양*해장국집가서 우거지선지 겁나 맛있게 먹고, 그 바로 옆에 배관 가게에 가서 엑셀배관 보온재(12개)랑 부동전을 사니 44,440원이 나왔다. 4?4?4?4? 머지 이 가격

내 허리의 죽음을 뜻하는 것인가...

 

계속 땅을 파면서 드는 생각.. '내가 왜 이걸 몰랐을까..'

철거 할 때 포크레인이 2시반에 마치고 집에 갔는데.. 수도 배관 묻을 길 한번 파달라고 할껄.. 10분짜리 일을 내가 하루 종일 파는구나... 공부가 부족했던 부분이 계속 생각이 나면서 내 허리, 어깨, 팔의 고통과 함께 몸에 새기고 새겼다. 아마추어가 겪어야 하는 숙명..

오후에 작업을 마칠 때 즈음 땅을 거의 30~40센치 가량의 깊이로 상수도 계량기부터 집까지 파냈다. 현타 씨게 왔다. 또 ㅋㅋㅋ

엑셀관 연결하고 땅 덮는 건 사장님께서 해주셨다.

 

상수도 급수 배관 매립

 

집 내부에서는 하수도 배관을 묻는 작업을 하루종일 했다. 기공1, 조공1이 한 조로 하수도 배관 자리를 파내고, 하수도 관을 연결시킨다. 구베(기울기)를 신경써서 땅을 파내야 한다.

하수관 묻을 땅파기

 

하수관을 묻는 일은 ㄱ자 배관을 잘 연결하는게 포인트인 것 같다.

사장님이 하는 걸 관찰했다. 배관을 적당한 길이로 자른다. ㄱ자 배관하고 연결 할 때 본드를 원형 솜털 같은 붓을 이용해서 배관 물리는 양쪽에 바른다. 그리고 딱 들어맞게 끼운다. 

똥배관하고 하수배관은 하수도 사업할 때 교체한 관에 직접 물려서 해결했다. 화장실 아래에 그 배관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연결했다. 

똥배관하고 하수배관은 집 밖으로 빼내어져 있었다. 굳굳

견적 때 사장님이 말씀하신대로 정화조는 이미 폐쇄 상태였다. 다행이다. 근데 왜? 보기 싫은 정화조 외관을 왜 그대로 두었을까... 세입자와 주인이 관심이 없었기 때문 ㅋㅋ

설비 작업을 하는 내내 정화조를 묻어버리기 위해서 각종 폐기물 들과 정화조 뚜껑 등을 잘라서 정화조에 채워넣었다. 공사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골치덩어리인 못생긴 정화조가 이 참에 없어지는게 마음에 든다.

오후에 더워서 무인카페에 아이스 커피를 뽑으러 갔다.

미장 반장님께 전화가 왔다. 커피를 한 잔 더 뽑았다. 앞의 일이 일찍 끝나서 우리 집에 들렸다고 한다. 내일 작업하기 전에 지시할 일을 미리 말씀하러 오신 것 같다. 반장님이 마당발인지라 설비 사장님도 같이 아시네

벽돌 좀 옮겨 놓고 본인 장비 내려서 자리에 위치해 놓고 내가 열심히 옮겼다. 

내일의 나는 조적 대모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