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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1_남해맨숀

철거 공사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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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철거 2일차다.

"에..?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했더라..?"  2일차라고??? 4일차 아님??

오늘이 화요일이라고 하는 와이프한테 오늘이 화요일이냐고 몇 번씩 물어봤다. 체감상 목요일.. 

신경쓸 부분이 많고, 처음하는 일이라서 하나하나의 경험이 크게 확 와 닿는 것 같다. 그래서 하루 하루가 길게 느껴진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고, 느끼면 삶이 길어지는구나?

철거이야기 하기전에,

남해 공사 시간 중 남해 맛집을 하나씩 탐방해 볼 예정이다. 

오늘 점심은...?

 

동은기사식당의 된장찌개.. 키햐......

정갈한 밑반찬 솜씨에 놀라고 곧 이어 나온 된장찌개 뚝배기 크기에 놀랐다. 신선하고 푸짐한 재료.. 캬 또 침이 나온다.

남해에 숨은 맛집이 많다. 그저 멸치쌈밥, 갈치구이만 있는 줄 알았으나.. 진짜 맛있는 집이 곳곳에 있다.

 

<2일차 철거 내용>

1. 천장/벽체 마감재 철거

헐벗은 벽체

벽이고 천장이고 얇은 합판을 뜯어내면 쭉 다 뜯어진다. 벽은 벽돌구조인데 중간 중간 나무 상을 걸고 그 위에 시멘으로 공구리를 쳐놨다. 그리고 귀엽게 스티로폼을 쏙쏙 끼워 놓았다. ㅎㅎ 그 당시엔 스티로폼을 쏙쏙 넣으면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요즘엔 누구나 단열은 보온병처럼 틈새없이 기밀시공이 기본이 되었다. 저 스티로폼은 기밀시공이 전혀 안돼 있다. 옛날엔 아마도 우레탄폼 같은 건축자재가 없었던 것 같다. 아니면 엄청 비쌌거나?? 스티로폼은 톡 떼내면 걍 떨어졌다.

문제는 나무 상이 원인미상으로 인해 다 털려서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나무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철거사장님은 멀쩡한 나무는 살려서 목작업할 때 쓰면 된다고 한다. 멀쩡한 나무가 있긴 한가..?  

이 나무 상태에 대해서 지성아빠 카페에 어떻게 처리할지 문의하니, 한 선배님이 다 털어내고 단열재(아이소핑크) 기밀시공 하고, 목상 걸고, 석고보드 대고 마감재 쓰라고 얘기해 주셨다. 또 다른 분은 흰개미의 습격이 원인인 것 같다는 조언도 얻었다. 역시.. 카페 활동을 잘해야 하는 것 같다. 선배님들이 바로바로 답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멀쩡한 나무가 거의 뭐 없다 시피하여 다 털기로 맘 먹었다. 빠루 하나 얻어서 셀프로 방 두곳을 털었다. 도중에 눈에 나무 칩이 들어가서 눈물 쏙 뺐다.

 

2. 다락방 철거

뿌레카로 터는 중
함락된 다락방

사장님이 뿌레까로 다 털어 주셨다. 처음에 우려했던 거에 비해서 바닥이 얇아서 잘 깨졌다고 한다. 철근까지 털어내니 시원해졌다.

3. 벽체 2곳 (안방, 주방) 철거 + 작은방 벽도 일부 철거됨

4. 내 이웃의 담벼락

집을 기준으로 동쪽 집 이웃의 넘어질 위기의 담벼락 철거 서비스

이쪽 집 주인분 께서는 그동안 내내 마음 졸이셨었나보다. 혹시나 담벼락이 무너질까봐서 걱정을 했다며.. 전화로 이야길 나눴는데, 적극적으로 철거 후 조적 쌓는 것을 협조하기로 했다. 우리한테 비용이 좀 싸게 들어가게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일부 비용 부담을 각오하고 계신다.. 내 이웃의 담벼락을 지키자!

집을 기준으로 서쪽 집 이웃의 넘어질 위기의 담벼락 철거 서비스

이쪽 집은 사전에 협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철거팀에서 먼저 털어버렸다. (얼른 얘기했어야 했는디..) 내가 전/후 사진을 보내주었고, 담이 완전 크랙으로 넘어오려고 한 상태였다고 말씀드렸다. 사전 동의 없이 손 쓰게 된 이야기 하면서 혹시나 이웃끼리 불편해질까봐 저자세로 양해를 구한다고 했는데 본인들이 담벼락 주인이고, 위기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말을 하질 않는다. 본인 담벼락을 남이 고쳐주는 상황인데 이해를 잘 못하신 것 같다. 나중에 만나서 잘 설명해드려야겠다. 좋게 좋게??

5. 시공 하자 발생

사장님께서 털고계신 부분까지만 털면 되는데 아랫부분 보면 다용도실 벽까지 털어버리셨다.. 후.. 내가 보자마자 저지를 했으니 다행이지 하마터면 다 털릴 뻔 ^^ (현장에 상주해 있던게 십년감수 개이득?) 내일부터는 매일 사장님하고 그날 할 일 체크하고 도면하고, 공정서를 붙여놔야겠다 ^^ 좋게좋게??!

 

6. 더 심각한 추가 요금 발생 (후..) 

2일차가 거의 마칠 시간이 왔다. "사장님이 마감재 다 걷어내면서 바닥 청소를 이정도만 하면 되겠지여?"

이러시길래 잉? 무슨 소린겨? "바닥 철거 (바닥 까대기) 를 배관 깊이까지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사장님이 "네? 무슨소리하시는거에여? 까대기는 전혀 포함이 안돼있습니다"

나는 "후.. 문자로 견적 낼 때 항목 하나하나 다 보낸 거 있고, 사장님이 그거 견적서에 받아 적으셨다."며 문자 내용을 확인했더니 분명히 '바닥 까대기(배관 철거 깊이까지)'가 포함 되어 있었다.

사장님이 "아 있긴있네예, 제가 오해를 하고 견적에 포함 못시킨 거 같네예"

나는 "견적 낼 때도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당황스럽네요. 계약에 의하면 무조건 철거하셔야 한다."

사장님은 "지금 견적에 전혀 포함 안돼있어서 까대기 하면 덤프도 한번 더 부르고 사람도 더 써야 합니더, 제가 많이 손해봅니더" 

나는 사장님이 거짓말 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업체에 비해 많이 싸게 수주 받으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까대기 포함하면 견적이 100만원이 추가된다고 했다. 덤프 40만, 인건비 17만*3명=51만, 장비대 하면 거의 원가라고 한다. 후..

아침에 출근하면서 유튜브에서 정삼용 신부님 유튜브에서 "이웃은 거울이다. 내가 먼저 웃지 않으면 웃지 않는다."는 주제를 들었다. 철거팀을 내 이웃과 같이 생각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고 나온 오늘.. 이런 고된 결정의 시련을 주셨다. 내가 '계약서 대로 이행하라'고 하면 사장님은 손해를 보고, 남은 2~3일의 작업 동안 분위기는 상당히 좋지 않을 것이다. 내가 좋게 좋게 100만원 추가해서 진행한다고 하면 총사업비 100만원 추가.. 내가 회사에서 한달 일해서 모으는 돈이 빠듯하게 100만원인데.. 내 한 달의 노동 가치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속이 쓰리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고민 중인데 사장님이 연신 죄송하다며 멎쩍게 웃으시는데 치아 사이사이가 빠져 빈 공간이 많이 보였다. 마음을 약하게 했다. 100만원에 하자고 하면 사장님이 거래의 기술에 따라 '더 부를껄 그랬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서 10만원 빼서 90에 하자고 말씀드리니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 계약대로 해도 사장님은 할말 없으시다고 했다. 사장님이 좋으신 분이고 지금까지 일을 잘해주시고 고생해 주셔서 그렇게 하는 거라고 말씀드렸다. 

내 사업장에 기분 좋은 기운만 돌길 바라는 마음에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한다. 좋게좋게?!

(+90만원 강화)

7. 더 더 더 심각한 문제 발생

다이아를 찾아보아요

괜히 건축주가 가만히 있지.. 철거 일 좀 흉내내보겠다고 오바해서 힘차게 빠루질을 한 덕분에? 플래티늄인데도.. 반지가 완전 휘어버리고 다이아가 이탈해서 사라졌다 ㅠ 와이프한테 얘기도 못하겠고.. 내일 아침에 장갑이랑 현장 바닥을 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발 돌아와라 ㅠ

다이아 찾기 이벤트를 해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한 2일차인 이유는 위험한 다락방/벽체 철거 작업이 완료 되었으나 아무런 사고 발생도 하지 않고 무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