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열무일기

일본(오사카, 교토) 大가족 여행 (4박 5일)

나공경 2022. 11. 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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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1(월)>

13시50분 비행기(LJ219) 김해 출발

오전에 일어났는데 준이가 갑자기 열이 펄펄 끓었다. 38.4도였다. 급한대로 해열제를 한번 먹였다.

대부분의 소아과들이 진료 예약 마감이어서 겨우 이*소아과로 가서 진료를 봤다. 

코로나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코로나는 음성으로 나왔으나 선생님은 이 상태로 해외여행은 반대라고 하셨다. 우리는 코로나도 아니고 준이가 처져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집에서 늦어도 11시 30분에는 출발하려고 했으나, 병원 다녀와서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11시 50분이나 되어서 출발했다. 13시에 김해 발렛주차장에 도착했다. (예약은 전날했음 최저가 5일 2만원) 사장님은 친절하신 분이시다.

공항에 가서 보니 우리가 거의 마지막 수속 체크인이었던 것 같다. 진에어 직원들이 우리를 찾고 있었던 분위기였다. 13시 20분에 탑승 시작이라고 하니까 시간적으로 빠듯했었다. 사람들이 적어서 다행이었지 예전처럼 많이 붐볐으면 진땀 뺐을 것 같았다. 

탑승 전에 화장실도 들리고 준비해서 출발했다.

준이는 오랜만에 탄 비행기가 또 신기한지 유리창 너머를 한참 쳐다보면서 날개도 보고 신기해 했다. 하엘이는 얼떨떨하면서 하늘로 올라가서 하늘에서 찡찡거려서 리라가 코니아기띠를 하고 잠시 토닥이니 얌전해졌다. 

시간이 계속 빠듯해서 제대로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 준이는 배가 많이 고파서 간식거리를 찾았다. 우리 손에 쥔 간식이 없어서 기내에서 파는 노브랜드 롤과자(3000원)와 커피(4000원)를 샀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3시에 간사이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40분 정도 짐 찾고 입국수속을 밟고 나왔다.

한참을 기다려서 5시 40분 쯤에 가족들(어머니, 큰누나, 작은누나, 조카 요환/이환)을 만났다.

렌터카를 찾아오는데 1시간을 넘게 보낸 것 같다. 빌릴 차가 없어서 2군데 업체에 차를 각각 빌려서 오래걸렸다. 우리 차는 도요타 아쿠아 작디 작은 꼬마차였다. 현대 코나보다 더 작은 것 같다. 아이들 카시트 태울 때마다 머리 콩콩 박았다. 직원들도 우리 캐리어 2개와 아이 둘 보더니 아쿠아 괜찮은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결국엔 여행 내내 잘 태우고 다녔다.

큰누나는 와이파이 도시락을 1개를 챙겨왔다. 1개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차 2대로 이동할 예정인데 우리는 당장 유심도 없어서 인터넷 마비되어버렸다 ㅋㅋ

7시쯤 공항에서 출발했다. 

일본에서 운전은 처음이라 많이 어색했다.

게다가 내 차의 내비는 한글도 안되고 고속도로로 안내도 안해주고 계속 신호걸리는 시내로 안내를 해주는데 아주 골 때렸다 ㅋㅋㅋㅋ 인터넷도 안돼서 구글맵도 못쓰는 상황이 진짜 짜증났다.

8시 30분 쯤 오사카 숙소(료칸 쿠라모토)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안타고 오니 누나차보다 한참 늦게 도착했다.

짐을 올려 놓자마자 부랴부랴 식사하러 출발했다.

작은누나가 야키니쿠 집으로 안내해줬는데 예약이 안돼있어서 10시나 되어야 자리가 난다고 했다. 9시부터 굶주린 아이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같은 건물 7층에 횟집이 있었는데 그리로 올라갔다. 자리를 안내 받고 메뉴를 열심히 골랐는데, 이것도 안됨, 저것도 안됨. 메뉴가 다 안된다고 한다. 식사메뉴가 안된다. 9시가 넘어서 술안주 위주로 가능한 것 같았다. 9시 30분이 되어갔다. 다들 멘붕상태 ㅋㅋㅋ 작은누이가 기지를 발휘해서 횟집 알바한테 근처에 먹을만한 곳을 소개해 달라해서 그리로 갔다.

 2블럭 옆에 건물이었는데, 파스타집이었다. 거기보다 바로 옆에 동키인가 뭔가 함박스테이크 집으로 갔다. 다행히 밥도 맛있고 훌륭했다. 맥주도 시원하게 마시고 드디어 한숨돌렸다. 대가족을 이동시키고 먹이기란 쉽지 않구나? 한가지 미스는 큰누나가 식당에 이환이 물병을 놓고 왔다.

오사카 운하를 따라서 도톤보리, 신사이바시 인근을 구경했다. 유명한 글리코상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어주었다.

편의점에 들러서 아이스크림과 먹을 것을 잔뜩샀다.

엄마와 작은누이는 맛집에서 오코노미야끼를 사왔다. 

숙소로 가는 길에 숙소 가장 가까운 로손에 가서 맥주와 간식을 또 잔뜩 샀다.

쿠라모토 직원들은 아주 친절했다.

목욕탕이 11시 마감이었는데 12시까지 사용해도 좋다며 안내해줬다. 

나와 요환, 준이는 아무도 없는 탕에서 프라이빗하게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

12시가 다 되어서 파티를 열었다. 일본 맥주와 간식거리를 먹었다. 그 시간은 아주 편안한 시간이었다.

 

<2022.11.22(화)>

조식은 7시반이었다. 7시 반에 조식을 먹고, 준비해서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USJ)으로 출발했다. 큰누나가 최근 올라온 블로그 글 중에서 9시 반에 입장해도 닌텐도 월드 확약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우리는 9시 반에 도착을 했다. 내 차의 내비게이션은 또 이상한 길로 안내해 주어서 USJ를 한바퀴 돌아서 겨우 주차장에 도착했다. 

얼른 들어가서 닌텐도 월드 확약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다들 사진 찍느라 바빠서 10시가 넘어서 들어갔다. 작은누이가 직원한테 확약권을 어디서 해야하냐고 물어봤는데 제대로된 위치도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들어갔다. 

들어가다가 다들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서 우왕좌왕했다. 내가 USJ 어플로 입장권을 다 등록시키고 구역 입장 e-티켓을 신청할라고 봤는데, 다 마감이었다. 대신에 로떼리? 추첨권 개념이 있었다. 2시20분 입장 추첨을 신청해놨다.

들어가다가 식사를 일찍해야 할 것 같아서 햄버거 가게에서 밥을 먹었다.

나는 기다리는 내내 어플로 제대로 된 건지 반복해서 확인했다. 확약권은 완전한 마감이었고, 추첨권은 당첨될지 안될지 모르는 상태... 아이들에게 마리오 보여주려고 온것인데... 크게 멘탈이 흔들렸다

어린이들 구역(스누피, 헬로키티, 세서미 스트릿 존)에 가서 회전 놀이기구, 범버카, 회전목마를 태워줬다. 1시20분에 확약권 추첨 결과를 확인하니 꽝이었다. 후... 깊은 한숨

해리포터 구역에 가서 사진찍고 구경했다. 준이가 해리포터 구역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무서워했다. 어두는 건물들 색깔과 노래도 음산한 느낌이어서 그랬나보다. 호그와트 입구에 있는 날개달린 맷돼지를 특히 무서워했다.

컨디션이 안좋은 준이는 나에게 계속 안아달라고 매달렸다. 짠했는지 어머니가 준이를 많이 업어주셨다.

해리포터 놀이기구 대기시간은 90분이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어른들만 놀이기구 타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어른들 놀이기구는 모두 패스했다. 

닌텐도 월드에 못들아가는 아쉬운 마음에 입구에 가서 사진이라도 찍자고 생각해서 갔는데, 아주 긴 줄이 서있었다. 들어가보려는데 입구를 구경도 못해보고 확약권이 없는 사람은 다 커트해버렸다. 작은누나가 사정사정을 했는데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직원이 무릎까지 꿇고 미안하다고 했다. 결국 돌아나왔다. 아주 많이 실망한 요환이는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고 세상 무너진 듯한 표정이었다. 안타까웠다. 큰누나도 아주 크게 실망했다.

준이와 이환이는 아직 마리오 월드가 어떤건지 감도 못잡는 아기들이라서 크게 타격이 없었다.

다들 힘없이 터덜터덜 걸었다. 쥬라기공원 지나고, 미니언즈 지나고 하는데도 감흥이 없어져버렸다 

도중에 리라와 함께 준이 약먹이고 출발하려는데 가족들 다 사라짐. 이때도 유심 없어서 화가났다. 통화가 되어서 스파이더맨 앞에서 기다렸다.

어머니가 아이들 아쉬운 마음 달래주려 마리오카트 장난감 하나씩 사줬다.

아쉬운 마음을 갖고 USJ 퇴장했다.

료칸 구라모토로 돌아와서 주차를 하고 바로 식사하러 가기로 했다. 츠루동탄 우동집으로 간다고 했다. 우리팀은 하엘이 기저귀 갈고 분유를 먹여야 했다. 누나네 팀은 먼저가서 줄서있겠다고 했다. 와이파이도 없고 길도 모르는디 우리는 따로 오라고 해서 또 짜증이 났다. 작은누나랑 같이 가자고 했다.

츠루동탄은 왕 접시에 우동이 나오는 곳이었다.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준이가 이것저것 쏟고 사고쳐서 짜증이 많이 났다.

집으로 복귀했다.

요환이와 준이 둘 다 마리오카트 장난감을 잃어버렸다. 아이 둘다 계속 장난감을 찾고, 어머니도 안타까워하셨다.

나는 카운터로 가서 직원에게 츠루동탄에 통화좀 해서 얘기 좀 해달라고 했다. 다행히 준이 장난감은 츠루동탄에 있었다. 가서 찾아왔다. 요환이 장난감은 다음날 쿠라모토에서 퇴실하기 전에 우리방에서 발견했다.

저녁에 또 뒷풀이를 했다. 맥주와 간식들을 풀어서 먹었다.

큰누나는 실망한 요환이를 위해 USJ를 또 가기로 마음먹었다. 하루종일 USJ를 다시 가기 위한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혼자아이 둘을 데리고 가기 두려워서 작은누이와 함께 가자고 했다.

뒷풀이는 12시에 마무리 됐으나 누나들은 2시까지 USJ 작전회의를 했다고 한다.

 

<2022.11.23(수)>

비가 새벽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7시 반 조식을 먹었다.

오늘은 두 팀으로 나뉘었다.

USJ 팀 - 하현, 이현, 요환, 이환

오사카성 팀 - 어머니, 나, 리라, 준이, 하엘

USJ팀은 오픈런을 해서 어플로 확약 받으려고 했는데 어플로 안됐다고 했다. 다급해서 직원한테 얘기하니 직원이 걍 뛰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행히도 오픈런으로 입장을 했다. 

오사카성팀은 10시에 여유있게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체크아웃 하기전에 유심을 알아봤는데, 요즘 E-sim 이라고 모바일로 등록하면 해외 통신망도 쓸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대박... 진작에 할껄.. 3일에 6900원 밖에 안함 ㅋㅋㅋ 후... 이걸 몰라서 이틀간 고생고생 ㅋㅋ

근처에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씩하고, 식사를 기다리지 않기 위해서 11시에 좀 빠르게 식사를 하려고 했다. 첫날 실패한 야키니쿠집에 가려고 했다. 11시에 갔는데 준비중이었고 12시에 오픈한다고 했다. 그래서 근처에 돈키호테를 가서 쇼핑을 좀 했다. 텍스프리 신청하니 10% 정도 환급받은 것 같다. 곤약젤리도 잔뜩사고 오차즈케도 샀다. 11시 40분쯤 다되어서 들어갔다. 준이가 20분 동안 기다리기 힘들어해서 유모차 끌고 밖으로 나왔다.

쇼핑거리를 한바퀴 돌면서 독특한 컨셉의 상점들을 사진도 찍고, 사람들 줄 서 있는 가게들 사진도 찍고, 오락실가서 준이와 인형뽑기도 했다. 2번의 시도를 했으나 실패. 준이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시간이 다되어서 12시에 들어갔다.

고기를 여러 종류를 시켜서 먹어보았다. 밑반찬은 전혀 안주었다. 그러나 고기는 맛있고,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다.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다.

엄마가 이현이와 같이 왔었으면 우설과 각종 소스들을 시켰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우설을 시키라고 했는데 결국 시키지 않았고, 나와서 또 우설 이야기를 하셨다. 다음번엔 내가 잘 캐치해서 시켜야겠다. 어떤 메뉴가 괜찮은지 파악이 안된 상태였다.

배불리 식사를 하고 쿠라모토로 다시 이동했다. 

우리의 아쿠아에 5명이 구겨 타고 오사카성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20분 정도 거리였다.

비가 촉촉히 내리다 말다하는 날씨여서 습도도 좋았고 가을 물이 든 나뭇잎들과 어울어져 아주 운치있었다.

여유가 있으면 오사카성 주변을 전체를 돌면서 천천히 즐기고 싶었다. 

오사카성 해자와 성곽을 보았는데 입이 떡 벌어졌다. 성벽 높이가 말그대로 어마어마했다. 난공불락의 요새인 느낌이었다. 3중의 해자로 되어 있었다. 이야... 상상을 해보면 공성을 하겠다는 마음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옛날 전국시대 일본인들이 그런 기술을 갖고 있었을 때 조선의 수준이 얼마나 가소롭게 보였을지 이해가 됐다. 조선 정복을 순식간에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던 것이 이해가 됐다. 그러나 조선엔 이순신이 있었지...

그 당시 일본과 조선은 건축기술, 무기, 전투력 등 분야에서 실로 엄청난 격차였다.

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축성을 했고, 도요토미 가문의 본성이었다고 한다.

오사카성 천수각 배경으로 사진 한방 찍고, 옆에 옛날 오사카 4사단 사령부 건물이었던 곳이 상점으로 되어 있었다. 루프탑 카페에서 차한잔하려 했는데 우천으로 영업은 안하고 있었다. 

1층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역대급 맛! 5천원이 아깝지 않은 맛

바로 옆에 있던 인형뽑기 기계에 준이의 관심이 쏠렸다. 하고 싶어해서 100엔 넣고 했는데 코난 인형을 단 한방에 뽑는 쾌거를 이루었다. 아빠도, 준이도 아주 뿌듯했다.

오사카 성을 빠져나오는데 번개가 치면서 어두워졌다. 심상치 않았다. USJ 팀과 스벅에서 만나기로 했다. 스벅까지 가는길에 비가 슬슬 내리기 시작하더니 스벅에 마침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다. 그때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간발의 차이로 폭우를 피할 수 있었다. 우산도 없이 어린 아이들 데리고 꼼짝없이 젖어버릴 뻔했다.

이환이가 준이가 보는 타요 영상을 같이 보고 싶어서 옆에서 계속 머리를 들이밀면서 방해를 했다. 준이는 방해받기 싫어서 몇번을 거부했는데 계속 방해를 하니 화가나서 박치기를 해버렸다. 크게 박지도 않았는데 이환이의 폭풍 눈물 연기가 시작되었고, 준이는 모든 이에게 비난을 받게 됐다. 준이는 서러워서 울음이 폭발했다. 큰누나는 이환이 우는 모습을 보고 무슨일이냐며 물었고, 나는 준이가 박치기를 했다고 말했다. 큰누나는 이환이의 원인제공에 대한 자초지종을 듣지도 않고, 준이에게 이환이한테 사과하라고 타박을 했다. 후... 이번 여행에서 쌓이고 쌓이다가 젤 짜증났던 부분이었다. 성인이 되었으면 어린아이 싸움에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큰누나가 워낙에 어른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하고 참고 넘어갔다. 

내가 요환이 이환이 사랑해주고 챙겨주고 놀아주는 모습을 봤으면 준이한테도 최소한의 관심을 주어야 하지 않겠니?

모두들 차를 타고 쿄토 게부리카와 료칸으로 이동했다.

우리 내비는 역시나... 운전하기 굉장히 힘든 산속의 좁고 꼬불한 길로 안내를 해주었다. 아주 집중해서 운전해갔다.

숙소에 6시정도 되어서 도착했다.

게부리카와는 엄청 넓은 부지와 족욕탕, 바베큐도 되고 온천 물도 아주 좋았다.

짐을 풀고 여자팀이 먼저 목욕을 하러 간다고 했다. 나는 졸지에 요환이, 준이, 하엘이를 보게 되었다. 어머니는 샤워만 하고 온다고 했다.

순서대로 보채기 시작했다. 하엘이가 보채어 힙시트에 앉혔고, 준이가 짜증을 내며 안아달라고 보챘다. 나는 준이를 등에 업어주었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지루해진 준이는 엄마가 어디갔냐며 보챘다. 하도 짜증을 부려서 너 혼자 엄마 찾으러 가라고 혼을 내니 울고불고 난리였다. 그 상황에서 요환이도 기분이 안좋아지고 다운이 됐다. 그 상황을 1시간을 넘게 보냈고 식사시간인 7시 반이 훌쩍지나고 나도, 아이들도 배고픈 극한의 상황이었다.

7시 40분 쯤 리라와 큰누이가 왔다. 리라와 큰누이한테 왜이리 늦었냐며 한마디했다.

나는 7시 50분에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이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얘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엄마와 작은누이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나는 화난 표정으로 샤워만 하고 온다더니 왜이렇게 늦었냐고 따져 물었다. 애들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아느냐고.. 조용하지만 엄하게 표현했다.

어머니는 "여자들은 원래 오래 걸려"라고 변명했고, 작은누이는 겁을 먹은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우리는 분위기를 풀고자 맥주로 건배를 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곧이어 이환이가 급히 먹었는지 보라색 토를 엄청나게 했다.

준이는 안타깝게도 먹지 않았다.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던 나와 리라는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옆 테이블에 일본 가족들이 있었는데 아주 불편했을 것 같다. ㅋㅋㅋ 어글리 코리안 종합세트를 제대로 보여드림 ㅋㅋ

게부리카와는 음료가 올인클루시브였다. 아주 좋았다.

식사 후에 

9시 반이 넘어서 요환이, 준이와 함께 나는 목욕을 하러 갔다. 입장하려는데 입간판에 21시까지라고 쓰여있었다. 오잉? 무어지.. 지금 씻어야 하니까 그냥 들어갔다. 걸리면 걸리는대로 나오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아주 급하게 샤워하고 탕에 잠시 들어갔다가 아이들을 다시 데리고 씻고 나왔다.

요환이가 시간이 늦어서 반칙인거 아니냐고 불안해 했다. "요환아 삼촌을 믿고 있으렴 삼촌이 책임을 질게 걱정마!"라고 말했다.

거의 세 명 씻는데 20분만에 다 끝내고 나왔다.

나는 방으로 들어와서 가족들에게 목욕이 21시까지더라!!! 아주 급하게 했다.라고 말을 했다.

누나가 25시까지라고 했다. 나는 가장 큰 간판에 21시까지라고 써있었다고 얘기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숙박객은 25시, 일회 입장자들은 21시였던 것이었다. 한문을 몰라서 또 실패했다 ㅠ

요환이, 준이와 몸싸움 놀이를 아주 즐겁게 했다. 요환이는 자기가 스톤으로 변신한다며 방어를 하고, 번개 공격도 하고 남자아이라 그런지 싸움과 전쟁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준이도 뭔지는 잘 몰라도 같이 껴서 아빠를 괴물이라고 하고 공격하고 놀았다. 이환이는 이런분위이게 잘 어울리지 않았다.

큰누나와 작은누나가 USJ 닌텐도 월드에서 선물을 사왔다.

요환이 이환이꺼는 아주 잔뜩 사왔다.

큰누나는 나한테 별 팝콘통 이야기를 듣고 별 팝콘통을 사왔다. 준이 생각해서 사왔다고 하는데 준이는 별에 관심없다. 이환이가 사온 마리오카트 팝콘통을 보고 준이꺼는 어딨어요? 준이꺼도 있어요? 만 반복해서 물었다... 부모 마음 또 짠해졌다. 

다행히도 마리오와 거북이 장난감은 3개다 똑같은 걸로 사왔다. 

준이가 작은누이 마리오 동전지갑에 관심을 보이니까 도로 뺏어갔다.

리라가 작은누이 마리오 펜에 관심을 보이니까 아까워하면서 하나 주었다.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 거슬리게 함 ㅋㅋㅋ

USJ 가기 전에 우리가 마리오 옷도 3형제 다같이 챙겨주었는데 준이도 똑같이 형제로서 챙겨주면 안되나 싶다.

'부모와 형제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야한다.'고 마음에 새겼다.

 

처음 계획은 휴직 중인 우리가족과 작은누나가 함께 경남지역 여행하기로 했다.

누나가 해외는 어떠냐?고 해서 나는 가까운 후쿠오카 정도는 좋겠다고 했다. 김해에서 30분밖에 안걸린다.

그런데 작은누나가 일을 키워버려서 어머니, 큰누나 가족도 포함시켰다.

큰누나 함께 가게 되면서 요환이가 가고싶어하는 오사카 USJ 포함시켰고, 오로지 요환이에게 맞춰주기 위해 이틀을 USJ에 쏟아붓게 되었다. 물론 나도 요환이를 사랑하지만.. 스케쥴 자체를 요환이에게 맞추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대가족여행이기에 9명이 모두 좋아할만한 여유로운 대자연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었다.

내가 처음에 알아본 관광지는 일본의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11월이기에 단풍이 아름다운 곳 위주로 알아보았다.

그러나 가족들을 위해서 많이 양보를 했는데 누나의 이기적인 모습을 자꾸 보게 되니까 마음이 많이 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나니까 불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누나가 언제 철이들겠냐.. 그냥 내가 받아들이는게 가장 좋은 일이다.

 

<2022.11.24(목)>

8시반에 조식을 먹었다.

리라와 준이는 입맛에 안맞아서 많이 못먹었다.

요환이, 준이는 어머니가 먼저 데려가서 목욕을 했다. 내가 어제 잔소리를 해서 먼저 데려가 주셨는지도 모르겠다.

여자들도 다들 씻으러 갔고, 나는 하엘이를 보다가 세면대에서 대충 머리만 감았다.

다들 11시 정도에 나갈 준비를 마쳤다. 변비가 심한 이환이 응가 나오길 기다리느라 1시간이 훌쩍지났다.

나는 요환이 준이를 데리고 한참을 놀았다.

12시에 출발하게 됐다.

교토 시내로 들어가서 주차타워에 주차를 하고, 근처에 있는 돈까스 집으로 갔다. 13시 반쯤 되었다.

아주 운이 좋게도 웨이팅이 없었고, 대가족이 앉을 수 있는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돈까스가 엄청 맛있었다. 히레카츠가 육즙이 쫘악~ ㅋㅋ 리얼 맛있는 돈까스였다.

그 식당에 손님 중에 돌 이전의 아기와 함께 온 집이 있었는데 아이가 아무리 칭얼거려도 유모차에서 내려주지 않았다. 한자리 잡고 계속 앉게 했다. 일본의 교육방식인가보다.

식사 후 

큰누나가 가고 싶어하는 근처에 시장을 갔다. 엄청난 인파 속에 들어갔다. 아이들을 안고 있어서 제대로 구경이나 쇼핑을 하지도 못한다. 궂이 왜 사람 많은 곳을 가는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작은누이는 주차비 할인을 받기 위해서 백화점을 가야한단다. 애들을 데리고 소중한 시간에 왜 백화점에 머물러야 했는지 또 이해가 안된다. 누나가 기념품을 좀 사려고 했던 것 같다. 누나와 엄마가 쇼핑을 편하게 하시라고 지하에 푸드코트로 이동했다. 

일본은 인구수가 1억2800만이라고 한다. 정말 부럽다... 생산인구도 대단할 것이고.. 우리나라는 반도 안되는구나 ㅠ 이래서 싫어도 북한이랑 인구를 합쳐야 더 강한 경쟁력을 갖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일본은 어딜가나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푸드코트에 내려갔는데도 점포 간 간격이 너무 좁고 사람들이 붐벼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 상당히 힘들었다.

아이들이 너무 소란스러워서 지하에 외부공간에 데리고 나가있었다. 또 한참을 기다리게 됐다. 애들 소리지를 때마다 일본놈들이 눈치를 워낙주어서 난감했다. 혼자서 도시락먹고, 디저트 먹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우리가 방해가 됐다. 한참을 기다리다 드디어 가족들을 만났다.. 

주차권 할인을 위해서 주차장에 다시 가서 차에서 주차권 가져가서 다시 백화점가서 도장받아오고 하느라고 또 시간이 지나갔다.

시간이 4시를 훌쩍넘었다. 드디어 교토에서 가장유명한 절인 청수사로 갈 수 있었다.

절에서 가까운 공용주차장을 찍고 갔는데, 만차였고, 엄청난 나들이 인파로 다시 내려오는데 20분 넘게 걸렸다. 그냥 밑에 있는 주차장에 댈껄.. 

큰 길가에 주차장에 차를 대고 5시가 훌쩍넘어서 절 방향으로 올라갔다. 주차도 따로 했기 때문에 누나네 팀하고 따로 이동해야만 했다.

해가 이미 저버린 상태였다. 그래도 전통 가옥들과 상점들을 구경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준이는 몸이 힘들었는지 내가 계속 안아주길 바랬다. 길이 좁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유모차를 가져 오지 않았다. 

유모차 가져갔으면 더 번거롭긴 했을 것이다.

말차라떼와 아이스크림 파는 상점에서 정원 감상하면서 시간을 즐겼다. 그런 여유로움이 참 고마웠다.

그러나 상점 바닥에 물기가 잔뜩있어서 준이가 나를 따라오다가 슬라이딩을 제대로 했다. 후... 준이가 아프고 부끄러워서 서럽게 울었다. 나는 준이를 달래주었다.

점원한테 바닥에 물기가 많아서 넘 미끄럽다고 한마디했다. 점원은 미안해했다.

청수사 입구로 갔는데 시간이 늦어져서 6시에 가까워졌다. 입장을 하면 좀 늦어질 것 같았다. 7시 반 식사시간에 맞추려면 이제 가야할 것 같았다. 입장을 포기하고 우리는 내려와서 차를 타고 달렸다.

누나네팀은 7시나 되어서 출발한다고 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누나팀이 와서 식사하면 8시 30분은 될 것 같았다.

우리는 7시반에 와서 방에 짐을 내려 놓았다.

카운터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팀은 도착했고, 옆팀은 8반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얘기하니 아주 난감해 했다. 일단 식당에 얘기를 해둔다고 했다.

식당은 9시 반에 마감이었고, 식사 코스는 2시간에 걸친 코스였기 때문에 주방에서 아주 난감해 할 것이었다.

나도 난감했다.

다행히도 누나팀은 8시 10분쯤 도착을 했다.

(글을 쓰다보니 아주 불만투성이 어른인 것 같다 ㅋㅋㅋㅋ 내가 예전엔 그렇게 시간에 신경 안썼는데 예민해 진 것일 수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아주 기억에 남는 것들이 고통 위주여서 그런 것 같다. 고통은 내 내면을 단련해 주는 고마운 감정과 느낌이다. 고통을 겪을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빅터플랭클 박사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주어진 삶에서 의미를 찾으라"고 했다. )

리라와 준이는 또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성격 더러워보이는 일본 할배가 있었는데, 그 할배는 어딜가나 화를 내고 있고, 우리팀 옆에 식사 자리 배정을 받았을 때 자리를 두번이나 옮겼다. 나는 그런 행태가 상당히 불쾌했다. 아이들이 시끄러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이해를 시도해보긴 했다.

식사 후

나, 요환, 준이는 목욕탕에 가서 피로를 풀었다. 노천탕에 나가서 함께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게 가장 즐거웠다.

 

롤링페이퍼를 돌려가며 썼는데, 요환, 엄머니, 작은누이, 준이 다들 눈물바다였다.

나는 크게 감동적이지 않았다.

가족들이 서로 배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롤링페이퍼로 뭔 말을 한 듯 딱히 와닿지 않고 가식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월드컵 대한민국 첫경기가 생중계되는 상황이라서 집중을 못했을 수도 있다.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도 나도 롤링페이퍼를 통해 어머니와 작은누이에게 화를 낸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했고, 가족들에게 깊은 사랑을 표현했다.

 

<2022.11.25(금)>

조식을 8시반에 먹었다.

리라와 준이는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식사후 나, 요환, 준이는 마지막 목욕을 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10시에 방에 들어와서 모든 짐을 꾸리고 하엘이 분유도 먹이고, 11시에 전원 퇴실을 할 수 있었다.

시내로 내려가는 길에 마더스 카페(걍 로컬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씩 했다.

12시가 넘어서 누나팀은 출발했는데 공항 도착이 14시라고 했다. 뱅기가 15시 반인데

차 기름 넣고, 렌터카 반납하고 출국수속 밟으면 좀 빠듯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빠듯하게 해서 뱅기 탑승했다고 한다. ㅋㅋㅋ

우리는 여유있게 기름 넣고 차 반납하고 출국수속 밟고 들어가서 편의점 쇼핑도 하고 뱅기를 타려는 순간

우리숙소에 사고가 터져 버렸다.

당일 입실 손님이 사진을 보냈는데... 이모님이 청소를 빼먹으셔서 숙소 상태가 난장판이었다. 후...

리라와 나는 초 예민해져서 부랴부랴 손님한테 전화하고, 이모님께 전화하고 처리하고 겨우 비행기를 탔다.

초 예민상태에서 준이는 떼를 써서 앞자리를 발로 차가지고 앞 자리 아줌마에게 경고를 먹었다.

나는 준이 가슴팍을 치며 혼을 냈다. 준이는 아주 서럽게 울었다.. ㅠ

이런 사고의 책임자는 사장이다. 더욱 철저하게 관리했어야 했다.

 

<총평>

전체적으로 준이가 컨디션이 많이 안좋았고, 아주 서러워한 여행이었다. 그래서 나와 리라는 더욱 속상한 일이 많았다.

사소한 일에도 서운한 감정이 생겼으리라.

리라가 서운한 일이 많이 있었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밝은 모습으로 끝까지 잘 해주고 이해해주어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나마 준이 컨디션이 더 나빠지지 않았음에 감사했고, 하엘이가 건강하게 여행을 잘 따라와주어서 아주 기특하기도 했다.

이 모든 걸 지켜보고 견디고 이겨낸 우리 가족은 더욱 크게 성장했을 것이다.

 

우리 현남매가 배려심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대가족 여행은 역시 쉽지 않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큰누나는 남아 둘을 혼자서 책임을 지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분명 마음의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작은누나는 제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든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본인 역할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준이와 하엘이를 많이 챙겨주고 이뻐해 주셨다.

그런데도 이렇게 불만이 많은 걸 보면 내가 가장 그릇이 작은 것인가 싶다 (반성, 반성)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이 아름다워지게 되고 힘들었던 감정이 희미해질 때 쯤엔 결국엔 좋았던 순간들과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아주 행복했던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오사카성에서의 촉촉했던 느낌과, 아름다웠던 가을 단풍을 떠올릴 것이고,

우리나라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서 일본을 이겨야겠다는 다짐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청수사에서의 고즈넉함과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새록새록 기억날 것이다. 대부분의 상점에서 갖추고 있는 일관성있는 톤앤매너는 아주아주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