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1_남해맨숀

철거 공사 3일차

나공경 2021. 12. 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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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3일차다

어제 많은 걸 잃었지만 가장 큰 것이 결혼 반지 찌그러짐과 다이아몬드 분실이었다. 아침에 현장에 도착해서 혹시나 장갑에 다이아가 있지 않을까..? 장갑을 뒤적거려도 만져지는게 없어서.. 하.. 망했구나 싶었다.

혹시나해서 장갑을 걍 거꾸로 탈탈 털었는데 뭔가 하나 '틱!' 하고 떨어졌다. 모래 알인가?? 생각하고 봤는데? 반짝이는 다이아네?? ( 워낙 다이아가 작아서 진짜 '틱' 소리가 났다.)

와 결혼반지를 새로 맞춘 것만큼 넘 기뻤다. ㅋㅋㅋ 더 기뻤나? 손 때 묻은 소중한 반지라서.. 더더욱 기쁨! 매일 반지를 만지면서 돌리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있었는데.. 반지를 하루 빼놓고 나니까 허전함이 상당히 컸다. 

다행이도 찾아서 엄청 좋아하며 잘 보관하려고 투명 봉지에 넣었는데 잉? 다이아가 완전히 사라져 버림.. 틱 소리도 안들림 이번엔.. 보니까 봉지에 구멍이 나서 그냥 아래로 흘러버린 거였다.. 후.. 아스팔트 바닥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저 작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30분 동안을 바닥을 더듬으며 위아래 위위아래 좌우를 한참 찾아도 보이지 않는 완전 절망 상태.. 이야.. 좌절의 맛을 계속 보다가..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려고 상체를 일으키고 손바닥을 털려고 손바닥을 보는 순간 손바닥에 박혀있는 저 다이아 녀석.. 또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주었다. 엄청난 인연.. 감사감사.. 진짜 이번엔 조심조심히 인감도장 통에 넣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할 일은 있는 것이다.

 

기본이 탄탄한 소머리국밥

오늘 점심은 남해 맛집 동네국밥! 소머리국밥(9000원) 국물이 진짜 진하고 고기가 연하고 쫄깃하고.. 국물에 아무것도 안 넣어도 맛있었다. 또 먹고 싶다. 그리고 친절하시다.

 

<3일차 철거 내용>

1. 바닥 까대기

어제 추가비용(+90만원)이 발생한 주범인.. 바닥 까대기 day

계약 내용을 문서로 남겨 놨고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었는데도.. 인간적인 감정은 무시할 수가 없구나.. '계약서 대로 합시다'가 안되고 좋게 좋게 비용 추가했다.

바닥 까대기 중

진짜 단 한순간도 쉬지 않는 우리 형님.. (중국 용병이시다) 예의도 진짜 바르시고 끈기와 인내력 킹..

진짜 존경스러운게 일도 잘하는데 한순간도 쉬지 않고 빠르게 하신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런 분을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우리 철거 사장님이 최고의 인재를 두고 계신 것 같다. 철거 사장님 자체가 빠릿하고 잘 쉬지 않는다.

쉴틈 없는 까대기

오늘은 네 분이 들어오셨다. 바닥 까대기는 공구리 나르는 잡일이 많아서 한 분 추가 되셨다.

2. 벽체 컷팅

벽체 컷팅 중인 사장님

안방에 세로로 긴 창을 만들기 위해 600*300 컷팅 중이신 사장님. 중요 장비는 사장님 손에서 처리된다. 근데 날이 왜이리 짧은 걸 가지고 오셨지.. 앞뒤로 컷팅해도 잘 안뜯기더라.. 컷팅했는데 오함마로 뿌셔도 요지부동

결국엔 용병 형님이 오함마로 뿌수다가 안되서 사장님이 뿌레카로 한번 더 털어주셔서 완료

어벤져스 다 모임

벽체 커팅 2인, 공구리 정리 2인, 참관인 1인

3. 엑셀 정리

엑셀 파이프 철사체결을 글라인더로 끊는 모습

엑셀 파이프 정리하는 모습이다. 처음 봤다. 유튭에서도 볼 수 없었던 참 교육 현장

까대기 + 옆집 담벼락 걷어낸 물량

쏟아지는 물량~~~ 철거 마지막 날인 12/9 금요일에 포크레인 한 대 불러서 덤프트럭에 실을 예정이다.

4. 현관 확장

현관 공간 확장 중인 사장님

현관문 들어갈 자리가 좁아서 진짜 틈새 넓히기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작업인데 잘 해주신다. 너비 960짜리 제이드 3판넬 마호가니 문을 넣기 위해 980의 공간을 확보했다. 

5. 텅빈 거실 바닥 매꾸기

공구리가 묻힌 거실 바닥

바닥 까대기 1차 이후 그 아래 바닥에도 뭔가 있나 들추어 보니 리얼 살짝 한겹 미장하고 그 아래는 그냥 그대로 텅텅 비어 있었다. 와..  한 70cm는 바닥이 비어있었다. 83년도에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이 대단했던 것 같다..

봉전 토르 컨셉

바닥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서 큰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깨서 매우고 있다. 나중에 시다지(기반 다지기) 작업을 하기 전에 기초작업을 하는 것이다. 저 틈새들이 꽉 꽉 채워졌으면 좋겠다.

작업 목록

소비자-시행업자 간에 많은 요구사항이나, 의사소통이 잘 안됐을 경우, 작업이 누락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손수 작업 목록을 만들어서 붙여 두었다. 사장님께서 저걸 보시고 하나 하나씩 퀘스트 클리어 하듯이 완료하셨다.

철거의 기본은 공장 초기화라고 생각한다. 다음 공정들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정말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철거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신축 건물을 지을 때 뼈대에서 시작하 듯이, 뼈대를 예쁘게 뽑아 주는 것이 철거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런 생각 때문에 사장님께 많은 요구를 했다. 그래도 내 컨셉과 요구사항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견없이 잘 진행해 주시는 것 같다. 이미 문서에 대부분이 기술된 내용으로 사전에 머릿속으로 어떻게 철거할지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보고 철거할 부분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

상처뿐인 상처

현장에선 정신 못차리면 큰 상처가 발생하고, 정신 차리고 있어도 작은 상처는 발생하는 것 같다. 두꺼운 노란 고무장갑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옛날 주택은 진짜 뭔 짓을 해 놨는지 모르는 상태가 많아서 정말 랜덤박스다. 크고 작은 이벤트가 까면 깔 수록 계속 나온다.

물탱크도 물을 빼려고 밸브를 열어놨는데 물이 한참 빠져도 계속 나오길래 배관 살펴보니 상수도에서 물을 계속 올리고 있었다.. 뭐여 사장님이 잠구셨다고 했는데?? 안잠겨 있었나보다. 상수도 계량기 쪽에서 잠궜다. 

물탱크 속이 마침 궁금해져서 사다리 타고 올라가보았더니 콘크리트 뚜껑이 살짝 빗겨서 열려 있었다. 그 틈새로 온갖 것이 다 들어갔을텐데.. 후.. 전 세입자분 어떻게 사셨는지.. 뚜껑을 열어보니 물 위에 뭔가 알 수 없는 기름기가 떠있고, 물이 그냥 누렇게?뿌옇게? 된 상태였다.. ㅠ 저걸 어떻게 쓰셨는지.. 안쓰셨겠지? 상수도만 쓰셨겠지? 뭐 알 방법이 없고..

이번 기회에 주거 환경 개선을 제대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