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공사 1일차
bj_darak 철거 1일차 (21.12.06)
드디어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 드디어 스따트했다.
전날 잠도 잘 안오고 뒤숭숭했다. 마음이 뭔가.. 사회에 내딛고 혼자서 진행하는 첫 프로젝트? 처음하는 공사라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잠도 안와서 토트넘 경기를 한시까지 다 보고 잤다. 내 기분은 뭔가 신입사원의 첫날같은 느낌?이 자꾸 들었다. ㅋㅋ 그래서 전날에 이것저것 자꾸 챙겨보고.. 회사에서 챙겨온 방한복과 안전화도 다시 한번 챙기고, 롱패딩도 챙기고.. 실상은 낮 기온 14도.. 부르스타, 믹스커피, 컵라면, 물 끓일 냄비 다 챙겼다.
또, 불면의 원인 중 하나가 벽체철거와 다락방 철거가 포함되어 있어서 혹시나 사고가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래서 산재보험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이번 철거 건은 사업주의 일용직 계약이 아니고, 업체 도급 계약이기 때문에 시행업체가 산재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한다.
사전에 내가 철거 사장님께 계약서를 쓰자고 말씀드리니, 사장님이 천만원도 안되는 공사에 계약서를 작성하냐며, 믿고 하는거라고 하셨다. 오호? 구래요? 그래도 내가 사업담당자로서 서류를 다 꾸며놔야 한다며 대강 둘러대며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사전에 구두로 공사 내역, 공사 기간 및 계약금/잔금 일자를 합의했고, 공사 첫날 아침에 사장님을 만나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프린터가 없어서 간이 계약서 형식으로 수기로 작성해 갔다. 좀 어설펐지만 확실히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준비를 해갔다. 공정거래위원회 실내건축 표준계약서를 테일러링해서 계약사항 부분 위주로 작성했다. 크게 이견없이 서명해 주셨다.
산재보험을 가입하셨냐고 여쭈어보니 산재보험 없다고 하신다.. 후.. 화이팅요.. 안전에 주의해 달라고 신신당부드렸다.
사장님이 좋으신게 견적낼 때도 15분 먼저 오시고, 공사 첫날에도 (8시 시작인데) 7시 37분부터 와 계셨다. (내일은 내가 젤 일찍가야지..!) 사장님이 약속시간 칼 같으신 부분 보고서 신뢰를 하고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사장님 포함 총 세분이 들어오셨다. 한분은 한시간 넘게 지각하셨다. 사장님은 이 XX는 왜케 늦냐고 아침부터 욕을 아주 많이 하셨다. 그렇게 안보였는데 역시 거친면이 있으신 것 같다. 욕을 한시간 동안하셨다. 늦게 오신분한테 철거 장비(컷쏘ㄷㄷ)로 중상해를 입히시는 거 아닌가 내심 쫄았다. 그러나 마음은 여린 분이셨다. 오니까 딱히 죽일듯이 머라하진 않았다.
나머지 한 분은 외국인 용병 같았다.. (그래서 보험 없이.. 저가수주인 듯) 근데 세 분다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 근데 철거 실력은 좋아보였다. 특히 외국인분이 쉬지 않고 빠릿빠릿하게 일하셨다.
1일차 공사 내용
먼저 장비를 세팅해 두신다. 컷쏘, 전동 드릴, 뿌레카, 빠루 등이 있다.
장판/전기장판 등을 돌돌 말아서 다 걷어낸다.
폐지나 불필요한 잡동사니들을 폐기물 자루에 담아낸다. 폐기물이 많지는 않았다.
오전에 잠시 무인 카페에 가서 서류 좀 정리하고 간식을 사왔는데 목재들이 다 밖에 꺼내어져 있었다. 거실/주방 마감재 서기목은 다 제거된 상태였고, 천장 마감재 살려달라고 한 부분은 다 떼어 내서 한 곳에 잘 모아두셨다. 꼼꼼하셔라.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마감재 살린 것도 잘 활용 해봐야겠다.
창호를 다 들어낸다. 우리 집은 나름? 이중창인데 외부는 알루미늄 창이고, 내부는 목재창이다. 창틀을 뿌실 때 컷쏘를 활용해서 뿌개는 걸 확인했다. 목재창틀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알루미늄 창틀은 창틀을 시멘트로 발라놔서 정말 안떨어졌다. 알루미늄 창틀 철거할 때 일부 미장면이 떨어져 나갔다. 후... 돌아와
마감재를 철거하고 나면 바닥 철거가 시작된다. 다용도실, 화장실 타일부터 다 깬다. 뿌레까(브레이커)가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도기 깨는 건 처음 봤는데 망치로 약한 부위를 톡톡 치면 깨진다. 변기가 떨어져나간 자리 밑에 하수구는 잘 막아두어야 할 것 같다.
화장실 배관이 하나 터져서 물이 솓았는데 멈추지 않았다. 옥상에 물탱크 라인 잠궈봐도 멈추지 않았다. 보일러에 연결된 배관을 잠구니 멈췄다.
점심시간엔 복례가마솥국밥에 가서 돼지국밥을 먹었다. 키햐 기가막혔다. 부드러운 고기 깔끔한 국물!
철거 사장님이 오후부터 입금시키라고 압박을 주셨다. 압박수비가 아주 탄탄한게.. 세시도 안됐는데 입금하라는 얘기 한 세번 들은 것 같다. 후.. 토스뱅크로 깔끔하게 입금 시켜드렸다.
그리고 가장 골치덩어리 다락방 철거를 하는데 뿌갤 때 옆에 벽이 크랙이 갈 수 있고 미장 다 떨어질 거 같다고 우려가 된다고 했다. 블록구조라서 불안하다고 하며.. 다락방 철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얘길했다. 견적 낼 때와 말이 달라져서 심기가 좀 불편했다. 다락방을 그대로 두면 고급 독채 펜션에 화장실 높이가 180cm... 가 말이 되나..?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철거 진행해 달라고 했다. 나중에 혹시라도 크랙이 가면 주입식 몰탈로 땜빵을 잘 쳐놓든가 해야겠다. 낭창낭창한 집... ㅠ
창문 철거된 것은 유리 다 깨고 프레임 거둬 가시고, 작업과 정리를 병행하면서 일처리를 잘 하셨다.
벽 마감재는 전부 합판이라서 쓱 뜯으니까 다 뜯어져 나가고 말도안되게 합판 속에 스티로폼 귀엽게 잘라서 단열이 되어 있었다. 절대 단열이 안되게 만들어 놨었다. 창문은 엄청나게 크고.. ㅋㅋ 옛날 사람들 정말 추우셨겠다. 진짜 건축 수준이 낮았는데 지금은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가 뛰어나듯 실내 건축 수준도 많이 올라 온 것 같다. 패시브 하우스를 아마추어가 짓는 수준까지 됐으니 말 다했다.
준이 병원 데려가야 해서 3시40분에 자리를 떴다. 그 때 사장님은 다락방을 뿌레까로 털고 계셨다. 분진이 엄청 날렸는데 방진 마스크를 안쓰신다. 인사하러 가니 회색 먼지가 얼굴과 머리에 잔뜩 앉아있었다. 고생 많으시다.. 감사드리며.. 끝까지 잘 마무리 해주셨으면 좋겠다.